핀 율(Finn Juhl), 알바 알토(Alvar Aalto), 장 프루베(Jean Prouvé),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소리 야나기(Sori Yanagi),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활동했지만, 미니멀리즘을 ‘본질·구조·곡선·빛·여백’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설명했다. 그들의 철학을 토대로 미니멀 디자인의 핵심을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본질만 남기는 단순함
미니멀리즘은 무언가를 줄이는 개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선별하는 과정이다. 디터 람스(Dieter Rams)는 “Less, but better”로 그 방향성을 명확히 했고, 도널드 저드(Donald Judd)는 형태가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프루베(Jean Prouvé)는 재료의 성질과 구조적 역할을 숨기지 않았으며,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은 공간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것만 남겼다. 이들의 공통된 결론은 단순하다. 단순함은 제거의 결과가 아니라 본질만 남기는 선택의 총합이다.
2. 구조를 미학으로 바라보는 시선
핀 율(Finn Juhl)의 유기적 곡선,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강철 프레임,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목재 구조,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면·선·간격 조형처럼 이들은 구조를 단순한 ‘뼈대’가 아니라 조형의 기준으로 바라봤다.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은 튤립 체어의 단일 기둥 구조로 복잡한 선을 정리했고,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은 자연에서 얻은 형태를 구조적 균형으로 연결했다. 즉, 아름다움은 장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공통된 믿음을 공유했다.
3. 사람의 움직임을 고려한 형태, 직선과 곡선의 조율
알바 알토(Alvar Aalto)의 곡선 건축, 핀 율(Finn Juhl)의 따뜻한 라인, 소리 야나기(Sori Yanagi)의 ‘손의 감각’에서 출발한 생활 도구,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유선형 조형. 이들의 디자인에는 공통된 출발점이 있다. 사람의 몸과 움직임이 형태를 결정한다는 관점이다. 곡선은 감성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기능적 편안함을 위한 선택이며, 직선은 불필요한 긴장을 다듬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이들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차갑지 않다. 사용자 중심의 구조적 미니멀리즘이기 때문이다.
4. 빛과 그림자를 하나의 재료처럼 다루는 감각
노구치 이사무(Isamu Noguchi)의 조각은 빛의 방향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그의 아카리(Akari) 조명은 물성과 빛이 만나는 방식 자체가 디자인 언어가 된다.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은 자연광을 공간 구성의 핵심으로 보았고, 도널드 저드(Donald Judd)는 빛이 금속면에 닿으며 생기는 미묘한 음영까지 설치의 일부로 다뤘다. 빛은 단순히 비추는 요소가 아니라 형태를 완성하는 조형 재료다.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이 공간의 깊이와 분위기를 만든다.
5. 여백을 기능으로 보는 관점, 움직임을 위한 구조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일본에서 배운 여백의 감각,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시각적 소음 최소화,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마르파(Marfa) 프로젝트,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정돈된 공간 구성까지. 이들에게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라 움직임과 구조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여유다. 여백은 공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빛의 흐름을 만들며, 형태의 관계를 정리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관점이 미니멀리즘을 단순한 스타일에서 생활의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미니멀리즘은 요소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조율하는 기술
핀 율(Finn Juhl), 알바 알토(Alvar Aalto), 장 프루베(Jean Prouvé),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소리 야나기(Sori Yanagi),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이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했지만, 한 가지 철학에서 만난다. 미니멀리즘은 본질·구조·곡선·빛·여백의 관계를 정확하게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힘이 있으며, 절제되어 있지만 불편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