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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미니멀리즘과 지금 우리의 아파트

story4574 2025. 5.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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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현대 건축을 최초로 만든 프랑스 건축가다. 그는 화려한 장식을 거부하고, 구조와 빛을 중심으로 집을 설계했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그의 말은 차갑게 들리지만, 사실은 공간을 단순하게 정리해 사람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에 가까웠다. 유니테 다비타시옹부터 건축 5원칙까지, 그가 남긴 미니멀리즘의 흔적을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라는 공간 속에서 다시 따라가 본다.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인 유니테 다비타시옹.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 유니테 다비타시옹.

단순한 선으로 완성된 건축, 르 코르뷔지에의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 건축을 떠올리면 보통 하얀 벽, 긴 창, 단정한 선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요즘 건축가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다 보면, 자꾸 마음에 남는 사람이 있다. 지금의 아파트 구조를 만든 사람, 그리고 20세기 건축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인 사람. 바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다. 그의 집과 도시를 보고 있으면 ‘멋진 모던 건축’이라는 감탄보다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얼마나 단순하고 효율적인 삶을 꿈꿨을까.” 장식을 벗겨내고, 삶에 꼭 필요한 구조만 남기고, 그 위에 빛과 공기가 드나들 여백을 조금 더 열어둔 사람. 오늘은 르 코르뷔지에의 미니멀리즘이 지금 우리의 아파트와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조용히 짚어본다. 

 

장식의 시대에 태어났지만 구조로 강조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활동하던 시기의 유럽 건축은 장식과 곡선, 화려한 디테일로 가득 차 있었다. 건물은 화려했고, 집은 장식의 ‘격’을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코르뷔지에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한다. 그는 장식을 걷어내고,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건축의 방향을 바꿨다.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화려한 외관 대신 단순하고 선명한 선', '장식적 요소보다 빛과 바람의 흐름',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구조'다. 많은 건축가들이 형태를 고민할 때, 코르뷔지에는 늘 “그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물었다. 시대와는 어긋난 이 감각이, 나에게는 이미 미니멀리즘의 출발점처럼 느껴졌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 지금 아파트의 시작점

“집은 살기 위한 기계이다.” 이는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기계처럼 차갑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삶에 꼭 필요한 기능을 남기는 구조에 가깝다.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도 사실 이 철학 위에 있다. 먼저 '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방향으로 난 창'이다. '동선을 줄인 단순한 평면'과 '군더더기가 없는 외관', '수납과 생활에 집중한 구조' 역시 그의 미니멀리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지금 우리의 아파트 모습이다. 아파트라는 구조는 감정 없이 대량 생산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근원에는 이렇게 코르뷔지에의 ‘효율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흐르고 있다. 삶을 방해하지 않는 공간, 바로 그가 바랐던 집의 모습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아파트 개념의 탄생

르 코르뷔지에의 미니멀리즘이 가장 크게 드러난 건축은 프랑스 마르세유의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이다. 지중해 도시 앞에 서 있는 커다란 콘크리트 박스. 반복적인 창의 리듬, 길게 이어지는 발코니,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구조처럼 보이는 집. 처음 이 건물을 봤을 때 “단순한데, 왜 이렇게 강렬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건물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수직 도시였다. 이 곳은 집 안에서 생활·휴식·장보기·교육이 모두 가능하고 내부 동선은 최대한 줄여 효율을 높였다.  자연광이 가장 오래 머무는 방향으로 창이 배치되고 필요한 기능만 남긴 평면으로 공간이 정리됐다. 이를 보면 지금의 아파트 단지 구조는 이미 이때 완성된 셈이다.

콘크리트의 단단한 미학, 브루탈리즘

코르뷔지에는 재료의 본질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의 건축은 늘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다. 요즘의 건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표면에는 묘하게 따뜻한 온도가 있다. 브루탈리즘이라 불리는 이 건축은 화려함 대신 빛과 그림자, 선과 질감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보면 가장 단단한 재료 위에서 오히려 가장 큰 여백이 태어난다. 그런 이유로 그의 건물은 시간이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살아 있는 건 비움으로 채우는 미학, 미니멀리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아파트에서 르 코르뷔지에를 떠올린다면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더 이상 단순한 집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고, 쉬고, 하루를 다시 쌓아 올리는 곳.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런 미래를 이미 예상했다. 아파트를 ‘도시를 품은 집’으로 설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공간을 단순하게 만들수록 삶은 더 본질적인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 미니멀 라이프를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이 질문을 남긴다. “당신의 공간은 당신의 삶을 닮아 있는가?” 삶을 단순하게, 그러나 더 깊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르 코르뷔지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우리의 아파트 안에서도, 그의 미니멀 철학은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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