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샬럿 페리앙 자연을 향한 미니멀리즘, '삶을 가볍게 만드는 디자인'

story4574 2025. 11. 17. 18:38
반응형

샬럿 페리앙은 르코르뷔지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디자이너로, 자연과 구조, 여백을 조화롭게 다루는 감각이 돋보인다. 그녀의 가구와 공간은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덜어내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균형을 지니며, 오늘날 미니멀 인테리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LC4 쉐즈롱(Chaise Longue LC4), 페리앙이 르코르뷔지에 팀에 있던 시절, 르코르뷔지에·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설계한 라운지 체어.
LC4 쉐즈롱(Chaise Longue LC4), 페리앙이 르코르뷔지에 팀에 있던 시절, 르코르뷔지에·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설계한 라운지 체어.

샬럿 페리앙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 1903–1999)은 모더니즘 디자인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늦게 조명받은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르코르뷔지에 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의자·선반·모듈러 시스템 등을 설계했고, 이후에는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생활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녀의 디자인을 보면 단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드는 가구란 무엇인가?” 페리앙에게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을 위해 장식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다. 사용자의 몸과 생활의 흐름을 가볍게 만드는 설계 방식이다. 그녀는 공간이 사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고민했다. 그래서 페리앙의 가구와 공간은 지금 봐도 ‘편안하다’라는 느낌이 먼저 온다. 단순한 라인, 자연 재료, 구조의 안정감. 이 세 가지가 시대를 뛰어넘어 유효한 이유다.

 

샬럿 페리앙의 미니멀리즘, 자연이 만든 구조

페리앙은 미니멀리즘을 ‘비우는 디자인’이 아니라 자연을 닮아가는 디자인으로 이해했다. 그녀의 작업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특징은 바로 '선과 면을 단순하게 정리한 구조', '금속과 목재를 혼합한 균형감', '자연의 선·곡선을 가져온 형태', '기능을 우선하는 모듈 구조', '공간의 여백을 살리는 배치'이다.  페리앙은 “우아한 단순함”과 “생활의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했다. 그래서 그녀의 미니멀리즘은 차갑거나 기계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한 미니멀리즘으로 다가온다. 특히 일본에서 보낸 시간이 그녀의 디자인 세계를 완전히 바꿨다. 일본 전통 건축의 여백, 자연 재료, 낮은 가구의 비례감이 페리앙의 작업에 깊게 스며들었다. 그 결과, 그녀의 디자인은 서양 모더니즘 안에서 드물게 ‘자연과 여백을 품은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대표 작품 속에 드러난 미니멀 철학

LC4 쉐즈롱(Chaise Longue LC4)은 페리앙이 르코르뷔지에 팀에 있던 시절, 르코르뷔지에·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설계한 라운지체어다. ‘몸의 편안함’을 위한 구조적 미니멀리즘의 상징으로, 곡선을 최소 요소로 정리하면서도 사용자의 자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울기가 바뀌도록 설계했다. 미니멀하지만 기능적이며, 단순하지만 인체의 흐름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다음 Nuage Shelf‘구름(Nuage)’이라는 이름처럼 자유로운 모듈 구조를 갖춘 선반 시스템이다. 필요한 만큼만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돼 페리앙이 강조한 ‘생활에 맞춘 디자인’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여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정리하는 구조적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예다. Le Table Basse는 자연을 닮은 테이블이다. 페리앙은 금속 중심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목재와 돌, 자연 곡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테이블은 마치 자연의 단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 부드럽고 유기적인 라인이 특징이며, 이 자연스러움이 지금의 ‘웜 미니멀(warm minimal)’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Les Arcs Chair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 ‘Les Arcs’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며 만든 의자다. 가죽 스트랩과 금속 프레임을 결합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높은 구조를 만들었다. 형태는 단순하고, 재료는 자연적이며, 사용자는 편안하다. 페리앙의 미니멀리즘이 완성된 시기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샬럿 페리앙의 미니멀리즘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

오늘날 페리앙의 디자인은 미니멀 인테리어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자연을 기반으로 한 단순함이다. 단순함이 목적이 아니라, 자연의 선을 따르는 과정에서 단순해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래서 차갑지 않고 공간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둘째는 사용자의 생활 흐름을 중심에 둔 구조다. 페리앙의 가구는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보다 ‘일상을 편하게 만드는 구조’를 우선한다.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는 요즘과 정확히 맞물리는 태도다. 셋째는 여백과 균형을 아는 디자이너다. 공간을 꽉 채우지 않아 오히려 남겨진 여백이 공간을 더 깊어 보이게 만든다. 이 감각이 현대 미니멀리즘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연, 여백, 구조'  샬럿 페리앙이 말하는 미니멀한 삶

페리앙의 디자인을 보면 “단순하다”보다 “편안하다”는 느낌이 먼저 온다. 그 이유는 그녀가 ‘덜기’보다 ‘본질을 남기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자연을 닮은 선, 가벼운 구조, 생활의 흐름을 존중하는 비례. 이 세 가지 요소가 페리앙의 미니멀리즘을 만든다. 그리고 이 철학은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목표와 정확히 닿아 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여백을 남기고 나에게 편안한 구조를 세우는 일' 페리앙의 디자인은 ‘잘 정리된 공간은 삶의 흐름도 가볍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조용하게 전한다. 그녀는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일상을 설계한 사람, 그리고 자연을 닮은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