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은 조명 자체가 아니라 ‘빛의 구조’를 디자인한 덴마크의 조명 디자이너다. PH 램프와 삼중 쉐이드 구조를 통해 눈부심을 줄이고 부드러운 빛을 만들어내며 미니멀리즘의 핵심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폴 헤닝센의 빛 철학과 그가 남긴 미니멀 디자인의 의미를 살펴본다.

조명이 아닌 공간의 ‘빛’을 디자인하다!
미니멀리즘을 말할 때, 우리는 종종 물건과 공간만 본다. 하지만 공간의 분위기를 정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건 바로 빛이다. 덴마크의 디자이너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은 20세기 디자인 역사에서 최초로 “조명기구가 아니라 빛을 디자인하자!”라고 선언한 인물이다. 그가 루이스 폴센과 협업하며 만든 조명들은 지금은 북유럽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품으로 불린다. 당시에는 거의 혁명에 가까웠다. 전구의 눈부심을 없애고, 빛을 방향을 설계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조도를 계산한 인물이 바로 폴 헤닝센이다. 그의 조명 디자인은 형태보다 빛의 성질이 중심이었다. 이 감각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미니멀리즘과 정확하게 연결된다. 이는 바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편안함을 기준으로 삼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PH 램프, 눈부심을 없애기 위한 구조의 미니멀리즘
폴 헤닝센의 대표작이자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PH 램프는 겹겹의 쉐이드로 빛을 부드럽게 굴절시키는 구조다. 겉으로 보면 원형과 직선이 단순히 겹쳐진 형태다. 하지만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빛 분석이 들어 있다. PH 램프가 단순히 장식을 지웠기 때문에 미니멀한 것은 아니다. 빛의 불편함을 제거하고 필요한 조도를 남긴 점이 미니멀리즘을 관통한다.
PH 램프가 미니멀한 이유 네 가지로 하면 이렇다. 먼저 '눈부심을 최대한 줄이는 3겹 쉐이드'이다. 그리고 '빛의 직진성을 약화시키는 경사 구조'와 '한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감싸는 조도',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 아닌 보이지 않는 빛을 위한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불필요한 빛을 지우는 방식을 통해 일상의 여유와 온기를 더하는 지점이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다.
헤닝센의 철학 “좋은 빛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헤닝센은 빛을 '눈을 자극하는 빛'과 '공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빛' 두 가지로 구분했다. 조명을 디자인할 때 첫 번째로 눈을 자극하는 빛을 철저히 배제하고 공간을 편안하게 남기는 빛을 위해 구조적 실험을 평생 지속했다. 그래서 그의 조명은 켤 때와 끌 때 모두 과하지 않다. 공간의 주목을 특별히 받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더 정돈된 느낌을 주는 이유다. 헤닝센의 빛 철학은 미니멀리즘과 닮았다. 덜어내기보다 조율한다. 또 조명기구보다 빛의 결과를 보며 형태보다 사용자의 감각을 우선한다. 헤닝센이 활용하는 빛은 장식이 아닌 '편안함을 위한 미니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AJ 램프와 판텔라, 기능이 형태를 결정한 미니멀한 선
폴 헤닝센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줬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아르네 야콥센과 베르너 팬톤이다. 먼저 아르네 야콥센이 설계한 AJ 램프는 사용자를 위한 기울기를 접목한 조명으로 빛이 필요한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불필요한 장식, 곡선, 패턴은 모두 뺐다. 바로 기능이 형태를 결정한 미니멀의 전형이다.
베르너 팬톤의 판텔라는 둥근 돔으로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키는 조명이다. 겉모습은 곡선적이지만 빛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매우 단순하고 고요하다. 이들은 모두 헤닝센의 빛 철학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미니멀리즘이다.
폴 헤닝센이 남긴 ‘조용한 미니멀리즘’
폴 헤닝센은 화려한 형태를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태를 뒤로 두고 사람이 빛을 어떻게 느끼는지부터 관찰했다. 때문에 그의 조명은 공간을 ‘밝힌다’기보다공간의 감정을 정돈한다. 눈부심을 줄이면서 빛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고 그림자와 여백을 가볍게 정리해주는 느낌이 바로 폴 헤닝센 조명의 특징이다.
이건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덜어낸 만큼 여백이 살아난다’는 감각과 정확히 닿아 있다. PH 램프를 켜두면
집이 갑자기 고요해지는 이유도 그의 조명이 말없이 공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미니멀 라이프에 던지는 질문
폴 헤닝센의 조명을 보고 있으면 이런 질문이 조심스레 떠오른다. “내 공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빛은 어떤 빛일까?” 미니멀라이프는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조건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빛이다. 우리가 정리하는 이유도 결국 같다. 시야를 가리는 것을 줄이고, 눈과 마음이 편해지는 여백을 남기기 위해서다. 폴 헤닝센은 100년 전 그 답을 빛으로 먼저 찾아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