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빈센트 반 두이센(Vincent Van Duysen)은 단순한 형태나 장식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의 감촉과 빛의 흐름,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감정까지 고려하는 감성적 미니멀리즘을 선보인다. 이 글에서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재료, 빛, 감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보며, 오늘날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방향성을 살펴본다.

재료의 감촉을 살리는 미니멀리즘
빈센트 반 두이센의 미니멀리즘은 시각적 단순함을 넘어 ‘촉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는 목재, 석재, 천연 리넨, 마이크로 시멘트 등 물성을 지닌 재료들을 주로 사용해 공간의 감정을 구성한다. 일반적인 미니멀리즘이 선과 면을 줄여 시각적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반 두이센은 재료 자체가 가진 깊이와 결을 통해 감정적 울림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대표적인 예는 그의 주택 프로젝트 ‘Casa M’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벽의 질감과 바닥의 재료, 가구의 마감 하나까지 감정적 울림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삼았다. 실제로 《AD Italy》에서는 “그의 디자인은 물질 그 자체가 주는 정서적 힘을 공간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되, 그 빈 공간을 ‘감각의 여백’으로 바꾸는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공간에 들어선 순간 느껴지는 고요함과 안정감은, 바로 이런 재료 선정과 디테일한 마감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반 두이센은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단순함이 아닌, 깊이와 질감으로 재정의한다.
자연광의 흐름을 설계하는 건축가
빛은 빈센트 반 두이센 건축 철학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인공조명보다 자연광의 방향과 깊이를 더 중요시 여긴다. 건물의 구조와 창문의 위치는 모두 햇빛의 흐름을 고려해 배치되며, 이를 통해 공간의 표정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도록 설계된다.
《Wallpaper Magazine》은 반 두이센을 “햇빛의 움직임을 건축 언어로 풀어내는 마스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채광을 위한 설계가 아닌, 공간 안에 시간성과 감정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빛을 다룬다. 예를 들어, 깊게 들어간 창틀은 그림자를 만들고 바닥에 비치는 자연광의 기울기는 시선의 흐름을 유도한다. 로우톤의 재료에 비치는 햇빛은 반사보다는 흡수와 산란을 통해 따뜻한 공간감을 만든다. 이 외에도 그의 건축에서는 아침, 낮, 저녁이 모두 다르게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밝고 어두운 차원이 아니라, 감정의 레이어가 시시각각 바뀌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이렇게 빛을 건축 언어로 전환하는 방식은 오늘날 미니멀 인테리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감정 중심의 공간 디자인 철학
빈센트 반 두이센은 “건축은 사람의 감정을 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디자인은 기능적 효율보다 감정적 안정감을 우선시한다. 이로 인해 그의 공간은 시각적 미니멀리즘을 넘어선 감정 디자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가구의 높이나 위치, 동선, 표면의 질감까지 정서적으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 너무 높은 가구는 시선을 압박하므로 낮게 디자인해 시야의 여유를 확보하고, 닫힌 면과 열린 면의 균형을 통해 안정감을 조성한다. 또한 베이지, 스톤, 머드 톤 등 자연에 가까운 색감을 사용해 시각적 편안함을 유도한다.
이러한 철학은 브랜드 디자인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는 몰테니(Molteni&C), 포그제니(Poggenpohl)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제품 디자인과 전시 공간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왔다. 특히 몰테니의 전시 부스는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 속에서도 감각적 온기를 전달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반 두이센의 작업은 감정을 억제하거나 차단하는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정제하는 미니멀리즘이다. 이는 오늘날의 ‘따뜻한 미니멀리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그가 현대 디자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정을 설계하는 미니멀리스트
빈센트 반 두이센은 미니멀리즘을 단순한 미적 스타일이 아닌, 감정과 경험을 설계하는 도구로 확장시켰다. 그는 재료의 질감, 빛의 방향, 감정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공간을 구성하며, 사람과 공간 사이의 감정적 관계를 설계한다.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그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는 이유는, 그가 미니멀리즘을 삶의 질과 정서의 균형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면, 반 두이센의 작품은 탁월한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