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자인사에서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만큼 색과 형태를 자유롭게 다룬 디자이너는 드물다. 그의 이름은 언제나 ‘컬러풀’, ‘미래적’, ‘실험적’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놀라운 '단순함'과 '명료함'이 숨어 있다. 그는 ‘색의 본질’과 ‘감각의 질서’를 탐구한, 또 다른 의미의 미니멀리스트이다.감각을 단순화한 디자인, 복잡함을 빼낸 명료한 색덴마크 출신인 베르너 팬톤은 초기에 한스 웨그너와 아르네 야콥센 같은 스칸디나비아 거장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전혀 달랐다. 목재 중심의 따뜻한 북유럽 디자인이 아닌 그는 플라스틱·섬유·금속 등 새로운 재료에 매료됐다. 그에게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감각의 언어..